흐름과 조응의 회화

글. 구나연 (미술비평가)

1.
로마 판테온의 로툰다의 위 거대한 돔의 중심에는 원형 창이 있다. 이 오큘러스(oculus)는 별도의 보강 없이 외부와 뚫려 있기 때문에 비나 눈이 그대로 신전 내부로 들어온다. 신전 중앙에 서서 오큘러스 위를 바라보면 그 순간의 날씨가 동그랗게 나타난다. 그 창으로 언제나 다른 바람과 빛과 하늘이 지나간다. 이천 년 가까이 똑같은 순간이란 단 한번도 없을 것이다. 신현정의 작업을 보면서 판테온의 오큘러스가 떠오른 것은 그의 회화가 비와 눈과 바람, 빛과 하늘이 새어 들어오는 원형창과 같기 때문이다. 회화는 일정한 영토를 지닌 강력한 내부이다. 이것이 회화의 안과 밖을 명료히 구별 짖는데, 회화 안에서 일어나는 역사적이며 역동적인 변화와 무관하게 회화의 바깥은 확고한 현재이며 현실이다. 즉 회화의 신전은 언제나 외부와의 단절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장소가 되어 왔다.
그런데 신현정의 회화는 막힘 없는 오큘러스처럼, 실재와 현실과 회화 사이의 이음이자 통로처럼 열려 존재한다. 이 글은 신현정의 회화가 지닌 이러한 융합의 상태, 기꺼이 펼쳐진 채 수용하는 모든 현상이 회화로서 전개되는 과정과 그 작용(affect)에 관한 것이다. 또한 나는 이러한 과정과 작용이 그의 회화가 '회화'의 영역을 둘러싸고 벌이는 이탈과 보존에 관해서도 관심을 갖는다. 이 논의를 위해 가장 먼저 그가 신체와 환경과의 민감한 관계를 인식하고, 그 상호성의 중심에 회화를 위치시키는 방식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표현의 영역에서 점차 확장되며 흐름과 조응의 차원으로 나아가는 특징을 보인다. 그의 작업은 자신의 신체의 예민한 감각과 환경의 변화를 회화적으로 표현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모든 것을 아우르는 현상의 흐름을 회화로 담아내는 행위로의 진화이다.

2.
이 진화의 출발은 2015년 개인전 《점선면과 날씨》에서 200여개의 <날씨 회화>(2013-) 시리즈를 통해 보여준 신체와 감정에 대한 회화적 환원일 것이다. "피부로 날씨를 느끼는 감각과 그에 따라 생겨나는 감정 등을 색으로 표현한다"는 작가의 설명과 같이, '피부로 느끼는 날씨'는 곧 '회화로 드러난 상태'로 이동된다. 다양한 기하 형태의 캔버스 외곽 쪽에 집중된 스프레이의 흔적은 화면의 중심으로 갈수록 방사되며 조밀한 입자로 흩어진다. 화면 중심이라는 관습적 위치에서 벗어나 마치 캔버스의 밖에서부터 흩뿌려져 캔버스의 내부로 우연히 밀려들어온 것과 같은 이미지는 무수한 색의 입자를 더욱 명료하고 시각적인 회화적 경험으로 이끈다. 날씨라는 대기의 상태, 그리고 이에 접촉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과 보이지 않는 물질들의 흐름이 화가의 신체를 지나 수많은 색채의 공감각적 양태로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매일의 기록이 되어 <날씨 회화>라는 서고(書庫)에 축적되는데 대기의 감각이 큰 선반에 겹겹이 기대어 설 때, 이것은 각기 다른 매일의 날씨이면서 어제와 오늘이라는 시간의 틀에서 벗어나 대기의 지속적 변화를 회화적 서사로 이어낸 것이다.
특히 < Summer Stage/ Winter Cave>(2013-5)의 경우, 26미터의 거대한 공간의 벽면을 채우고, 그가 지낸 작업실의 바닥에서 생겨난 수많은 흔적들을 그대로 펼쳐 설치한다. 이 작업은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캔버스 천이 깔린 공간에서 일어난 수많은 움직임과 정서, 작업 중 남겨진 흔적 혹은 <날씨 회화> 시리즈 그 바깥의 장소로서의 중첩되며, 이를 아우르는 육중한 스케일의 시간과 공간과 변화의 집적이 종합하여 나타난다. 이는 신현정의 작업이 회화의 내부와 외부 사이의 긴밀한 연결로 이어져 있으며, 공간에서의 설치와 배치의 직관 등이 결합된 광범위한 범주를 설정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다시 말해 신현정의 회화는 인간을 포함한 환경과 현상이라는 여건과 변수를 포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간인 자신의 신체를 환경과 현상에 대한 감지의 통로로 삼을 뿐 아니라, 회화라는 물질적 영역의 개방을 통해 이를 흡수하고 구체화하는 경향을 갖는다. 이러한 태도는 회화를 통해 경험 가능한 비가시적 세계의 형태를 드러낼 뿐 아니라, 인간의 감각의 영역을 벗어난 잠재적 실재가 현시되는 작용에 대한 예리한 관심의 외양화이다.
<날씨 회화>는 계절의 변화를 마치 회화적 포토그램의 방식으로 구현한 < Sun Drawing>(2016)시리즈로 이행된다. 특히 < Sun Drawing(color study)>와 < Sun Drawing(after life)>는 도시의 주변에 버려진 "발견된 사물들"을 면천 위에 올려 오랜 시간 야외에 놓아 두어 햇빛에 바래며 사물의 흔적이 남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빛은 사물의 가시화를 가능케하며 색채를 부여한다. 이 색채는 또한 자연적 빛과 현상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여 결코 고정되지 않는다. 인간이 만들어낸 각종 물건 역시 이에 예외일 수 없으며, 섬유의 조직 조차 색을 부여한 바로 그 빛에 의해 본래의 색과 멀어진다. 이러한 '현상'으로서의 색과 또다른 '발현'으로서의 색은 신현정에 의해 회화적이며 화학적인 자연 현상을 담은 회화가 되어 이후의 삶(after life)이라 호명된다. 이는 그의 < Sun Drawing(windows)>이 창문의 빛과 반응하며 현현한 흔적과 더불어 시각적 리얼리티라는 '창'에 대한 유효한 언급이 된다. 이는 곧 회화라는 미술사적 메타포에 대한 생태적 재인식을 촉구하게 되는데, "발견된 사물들"이라는 뒤샹적 레디메이드의 개념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와 같이 인공적 산물로서의 미술이라는 대상의 미학을 물질의 영역으로 이전시키는 일은 미적 의도라는 속박에서 벗어난 탈영역화에 접근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의 작업은 우리의 감각이 세계를 받아들이는 들숨과 회화라는 물질로 조응 가능한 투명한 세계의 존재가 암시되는 가운데, 신체는 세계로 확장되고 세계는 신체로 응결되어 회화로 결속한다. 신체, 회화, 세계를 모두 동일한 가치와 동시적 차원으로 놓을 때 가능한 이러한 시도는 전통적인 회화적 도구에서 벗어나 캔버스를 구성하는 틀과 천, 그리고 색과 형을 모두 물질적 계기로 풀어내고, 이를 무엇과도 상호작용 할 수 있는 조건으로 만들 때 가능해 진다. 시공의 물리적 흐름과 회화의 그것이 결합되어 만들어지는 일종의 전진이 그의 회화가 지닌 힘의 방향이 되는 것이다.

3.
신현정의 작업이 대기와 날씨의 투명한 운동을 회화의 중심축으로 파악하는 가운데, 2017년 그가 홍천강에 머문 경험은 그의 작업에서 물과 흐름의 개념을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된다. 그는 "물은 지형을 따라 그 형태를 달리하며 홍천의 핏줄처럼 존재했다"고 하면서 이를 '내장을 적시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자연 안에서 흐르는 물의 흐름을 자신의 신체의 반응으로 받아들이면서, 그는 아마도 길들여진 신체, 즉 자신의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인식하지 못한 채 관습적 틀과 질서의 예외일 수 없는 신체라는 영역을 영적이며 자연적인 현재로서 새롭게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그는 멈춤 없는 자연의 운동과 같이 끊임없이 쇄신되는 '나'와 세계의 만남을 자신의 회화의 중추로 삼아 이를 '물'이라는 생명의 근원적 상태와의 교차 지점으로 삼는다.
이 시기 제작된 <물과 철>(2017) 시리즈는 신체와 비슷한 크기의 철제 프레임과 아름답게 조응하는 색채의 흐름이 양면 수채화로 제작된 작업이다. 이를 통해 그는 물질이 서로 응시하고 이어지는 상태를 혼합과 흡수의 언어로 제시한다. 경험 가능한 자의 동화(同化)가 경계없이 밀착되고 스며드는 회화의 형식으로 결합되면서, 특정한 미술의 재료를 넘어선 자연의 물리적 속성으로의 진전이 진행된다. <하드보일드 티>(2017-8) 시리즈는 수채화가 아닌 홍차, 녹차, 강황 등을 넣은 물에 끓인 자투리 천을 콜라주 하여 캔버스 틀에 배치한 작업이다. 이 시리즈에서 기존의 미술 재료에 거리를 둔 천, 염색, 꿰매기, 콜라주와 같이 신현정의 작업에서 중요한 형식적 어휘가 등장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그의 회화가 자연적 인과의 흔적을 축적하는 장소이면서, 이를 자율의 영역이자 세계의 영역인 회화라는 장르의 능력과 결합하는 방식의 구체화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차의 온기로 몸의 온기가 전달되는 순간, 각각의 식물이 우러나며 물들이는 색채, 그리고 그것을 담은 작은 천들을 바느질이라는 전통적 잇기로 배치하는 것을 통해, 회화는 회화 자체가 지닌 형식적 자율과 특수성을 보유한 채 자연과의 상호작용을 제안하고 이뤄내는 지표가 된다.
그리고 <적응과 회피의 메들리-Colors you can eat and sweat>(2018)에서 캔버스의 틀 없이 염색된 실크 천의 설치가 나타난다. 커튼 월 타입을 통해 회화에 대한 공간적 접근과 그 경험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는 2022년 <해수와 림프액, 투명함에 기대어>와 <멀베리, 락스, 아크릴의 상태>로 이어지는 천과 염색의 회화적 확장으로 줄곧 이어진다. 각종 천연/인공 염료, 식물, 베리, 우유, 이온음료, 식초, 잉크 등 다양한 재료로 물들인 천은 액체에서 색채로 환원되어 부드러운 섬유의 중력 속에서 역동하는 공간이 된다. 관습적 회화적 경험의 틀을 넘어 감각을 압도하며 걸리고 접히며 펼쳐지는 천의 고유한 특성은 앞과 뒤, 안과 밖, 화면과 틀, 물감과 화면이라는 이분법을 파기하며 재료와 사물, 시각과 촉각, 시간과 공간의 동시성을 견인한다. 이를 통해 회화라는 경험의 성질은 물성들의 조화 혹은 변화의 차원으로 뒤바뀌게 되는데, 서로 관계 없어 보이는 것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혼융과 추출을 이끌어내고, 이를 회화적 차원으로 환원하는 이 같은 방식은 각각의 물질이라는 매개를 통해 전달되는 존재들 사이의 동등한 힘들의 작용을 드러낸다.
제인 베넷이 스피노자의 코나투스 개념을 통해 "모든 비인간의 신체는 모든 인간의 신체와 욕망하는 본성을 공유한다"고 지적한 것과 같이, 각각의 물질에 내재한 힘을 통해 서로를 변화시키며 작용하는 것은 모든 존재가 서로를 통해 지속하는 상응의 장소로서의 회화를 탐구하는 것이다. 신현정의 작업은 회화와 신체라는 매개의 등가성을 전제로 한다. 이를 달리 말하면, 내 몸으로 감각한 것을 회화적 감각으로 이전시키고, 또한 이것이 그 회화 앞에 선 우리에게 전달되는 순환성이다. 이 순환적 연결고리는 결국 베넷이 재차 설명하는 바와 같이, 코나투스라는 자기 보존의 관성적 경향과 부분들 사이의 특수한 양태 사이에서 지속되는 관계의 항이며, 이러한 '양태'란 "연합들을 형성하고 배치들에 진입하는 것을 뜻한다. 다른 양태들을 변화시키고 다른 양태들에 의해 변화"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물질과 물질이 견인하는 변화가 자신의 신체로 경험되고, 액체-고체-기체를 가로지르며 이행되는 속성들의 보존과 이화를 회화라는 그릇에 담아내는 신현정의 시도들은 양태들의 변화를 통해 가능한 세계의 지속에 관한 회화이며, 몸과 회화의 등가를 바탕으로 한 회화적 방법론의 확장과 개방이라는 특성을 통해 실현된다.

4.
2019년부터 신현정은 방직공장에서 폐기되는 옷감과 옷을 또 하나의 주요한 소재로 사용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유니폼, 정장, 데님 등으로 각각의 기능과 상황에 맞게 제작된 옷의 형태는 그의 작업에서 재구성 된다. 옷이라는 사물은 맥루한 식으로는 우리 신체의 확장이면서, 동시에 몸의 보존이다. 한편 옷감과 옷의 생산은 곧 노동의 결과이며, 이것은 지극히 사회적인 약호화의 형태를 갖는다. 노동집약적 산물이자 문화의 결과인 옷은 결국 인간의 신체에 대한 강력한 환유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기호적 유대를 해체하여 회화적 장치로 전환시키는 일은 결국 '옷'이라는 의미에 내재하는 몸, 문화, 시대에 대한 모종의 위반이 되며 어떤 개념에 대한 환기가 된다. 예컨대 그가 각각의 염료로 물든 실크 천과 소매나 바지통과 같은 옷의 부분들을 결합시킨 <행성의 앞면과 뒷면- 운동성, 이온, 파도>(2019)의 경우, 전시장 공간을 가로지르는 염색된 커튼월의 실크와 결합하여 구멍이나 통로처럼 덧붙여진 옷의 조각들로 구성되어 부분이나 전체로 나누어질 수도, 예측할 수도 없는 모두의 옷으로 이어진다. 기계 방직으로 만든 생산물이 우리들의 신체와 결합하는 조건을 조형적 배치를 통해 탈약호화 하는 이 같은 시도는 경계 없이 모두의 몸에 상응하는 역동성을 지닌 채, 모두가 공유하는 세계로 접근한다. 더욱이 그가 해수의 성분과 인간의 림프액의 성분이 유사하다는 것에서 착안하여 제작한 설치 작업인 <해수와 림프액, 투명함에 기대어>(2022) 또한 신체와 세계의 기질적 통합을 지향하는 것 역시 옷과 신체 그리고 물질과 타자와의 유연한 연결과 연계에 대한 표상임을 감안 할 때, 그에게 있어 몸이란 나를 구성하는 것이면서 세계를 구성하는 동질적이며 지속적인 공동의 장(場)으로 세워진다.
신현정의 작업이 지닌 공동의 개념은 스티븐 샤비로가 하이데거, 화이트헤드, 하먼을 가로지르며 논의한 '사물들'의 상호작용, 즉 어떤 특권도 없이 총체적 체계 안에서 부여된 합생(合生)과 연결된다. 어쩌면 작가는 팬데믹 이후 급증한 신유물론적 고찰이 한국 미술의 주요한 지평으로 인식되기 이전부터, 환경과 신체, 그리고 물질에 관한 수평적인 감각을 작업에 드러내 왔다. 날씨, 공기, 대기, 물과 신체의 본원적 관계에 관한 회화적 운용은 민감하고 투명한 생동에 대한 현시에 다름 아니며, 그 형식적 방법론으로서 축적한 염색과 공간, 신체와 옷, 흔적과 혼합이 회화로서 운용되는 것이다. 이는 물자체의 자연스러운 음률을 가시화 하는 방식이며, 작가의 통제와 선택을 최소화 함으로써, 또 회화로의 포용성을 극대화함으로써 보유하게 되는 우연과 조화라 할 수 있다.
천과 염색은 그에게 핵심적인 외연(外延)이다. 천은 물들여지며 구겨지며 물에 젖어 응축되고 수분을 흡수한다. 이것은 햇볕에 마르고 얼마든지 잘려지고 꿰맬 수 있고 입을 수 있으며 걸쳐지고 늘어지며 펼쳐진다. 천은 회화의 캔버스가 되며, 평면으로 긴장하다 찢어지거나 포개어지며 덩어리가 되기도 한다. 수많은 섬유의 특성은 아마도 신현정이 구가하는 형식적 언어 만큼이나 다종다양하게 발휘된다. 한편 염색은 물이며 색이며 식물이며 물감이고 흐르고 스민다. 천은 염료가 담긴 물에 담겨 색을 가득 흡수했다가 별안간 햇빛 아래 펼 때 예측할 수 없는 무늬로 나타난다. 이것은 천이라는 불모지가 거대한 숲과 같이 변화되는 극적 전개이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물이다. 신현정의 회화에서 염색의 과정은 결국 각각의 물질이 지닌 특질들 사이의 관계가 드러나는 신비한 지도와 유사하다. 여기서 그의 역할과 의도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그의 말을 직접 인용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저는 보는 사람이 작업을 통해 이 현재 순간에 깨어났으면, 현존의 고양감을 느낄 수 있으면 하는 바램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제가 영적 수련 등에 관심이 많아 생긴 방향성이기도 한데, 요가나 명상에서는 자아를 내려놓고 현재에 머무르는 것, 몸의 감각에 집중하는 것, 나 이외의 모든 생명체들과의 연결성(연기법) 등을 강조합니다. 저의 회화/설치의 제작 과정에 분명 많은 영향을 받고 있어요. 작가인 주체의 내적 확장과 회화의 확장성을 추구하는 행위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생명은 모두 "자기촉발적인 과정", 즉 화이트헤드가 생명의 개념을 "자기 향유(self-enjoyment)"라는 것으로 설명한 것에서 출발하여, 샤비로는 "살아 있는 계기의 절대적 자기긍정은 "자연의 물리적 과정에 관련된 것으로서 제공된 다수의 여건을 존재의 통합성 속으로 사유화시키는 복잡한 과정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그것은 내가 원하든 원치 안는 나를 바깥으로" 이끄는 것이며, 자기 향유와 관심은 자신을 넘어서는 우주적 관여로 확장되는데 이것이 곧 관심이자 이행이며, 언제나 다른 곳으로 향하는 생명의 시간이기도 하다.
신현정이 《림파. 림파!》전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 것도 염색된 천들로 구성된 거대한 공간의 내부에서 경험할 수 있는 물질의 자유에 대한 향유와 관심 사이에서 일어나는 요동이다. 그것은 마치 우주망원경에 포착된 은하계의 신비한 형태와 같은 인상과 무수히 스민 입자의 흐름이 삼투하여 펼쳐진 공간이 된다. 닿을 수 없는 거대와 미시를 동시에 결합할 수 있는 물의 개념을 회화의 중심으로 옮기고, '물'을 뜻하는 라틴어 Lympha를 전시의 제목으로 가져온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살아 있는 계기들 사이"를 이어내는 매개로서, 나아가 모든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물이 그대로 상존할 수 있는 회화가 이 전시의 작업들이며 또 공간이 된다. 즉 <저항 끝에 다다르는 투명함>(2022)으로서, <차가움과 건조함, 뜨거움과 젖음에 관하여>(2023)로서, 그리고 <고요함의 경계>(2022)로서의 물이 회화가 될 때, 그것은 물질로서의 섬유와 색이 지닌 역동적 숨결로 회화적 위상을 길들이며 끝없이 교차하는 무한한 유기체와 같이 우리의 몸에 부드럽게 말을 건다.
<변형과 독과 시>(2022-3)는 관객이 직접 들어가 자신만의 사유에 젖을 수 있도록 한 작은 쉘터이다. 응축과 팽창을 통해 물든 섬유의 회화적 공기와 "우리 안의 공기" , 그리고 켜켜이 서로를 반영하는 변화무쌍한 시계(視界)의 공기가 뒤섞이는 이 장소 안에서 우리는 조용하고 장엄한 순간과 마주하게 된다. 이는 작가만의 규범과 의도에 의해 특정한 미적 상태를 지향한 결과가 아니며, 오히려 규범의 틀을 지우고 경직된 의도를 풀어낼 때 나타나는 세계의 상호성과 총체성의 궤적을 향유함이다. 이 점에서 신현정의 작업은 물질, 주관, 자율의 영역을 가로지를 수 있는 회화적 능력과 맞닿아 있다. 인간만을 위한 물질은 없듯이, 회화만을 위한 물질도 없다. 이는 모든 존재의 수평성 가운데 발현되는 인과를 회화라는 영토 안의 상호작용으로 지속적으로 찾아가는 것이며, 자연적 발화를 회화의 구조적인 힘으로 끌어안는 것이다.


Paintings of Flows and Correspondence

Nayeon Gu, art critic

1.
At the center of the enormous dome on top of the Roman Pantheon’s rotunda is a circular opening. With no other reinforcements in place, this oculus is open to the outside, which means that rain and snow can enter freely into the structure. Standing at the Pantheon’s center and looking up at the oculus, visitors can glimpse a rounded view outside at the weather at that moment. The wind, light, and sky seen through the opening are constantly changing—indeed, it has perhaps never seen the same moment in nearly 2,000 years. The reason I thought of the Pantheon’s oculus as I looked at the work of artist Fay Shin is that her paintings resemble a circular window, through which the rain, snow, wind, light, and sky are allowed to infiltrate. The medium of painting is a strong interior with a defined domain. This clearly delineates the boundary between what lies inside and outside the work, where the painting’s exterior is a firm present reality, irrespective of the historic and dynamic changes happening on the canvas. The temple of the painting achieves a new dimension as a space through its separation from the outside.

In contrast, Shin’s paintings are like the wide-open oculus: opened up as a kind of conduit or connection between reality and the painting. This text concerns the state of fusion that Fay Shin achieves in her work: the process and affect and all the different phenomena admitted through these open creations that are presented as painting. I am also interested in the deviations and preservations that her works achieve in terms of the realm of “painting” through these processes and actions. For the purpose of the decision, we must first focus on how Shin perceives the sensitive relationship between body and environment and how she positions painting at the center of those interactions. A characteristic aspect here is the way her work expands from the realm of expression into one of flows and correspondence. Starting from a place of pictorial representation of her own body’s keen senses and changes in the environment, her work evolves into an act of capturing phenomenal flows that encompass all things.

2.
The beginnings of this evolution seem to lie in the pictorial reduction of the body and emotions that Shin presented in a series of around 200 Weather Painting works (2013–) at her 2015 solo exhibition Points, Lines, Planes and Weather. The artist explains that she was “using color to represent the sensations of experiencing weather through my skin and the emotions that arose as a result.” As this shows, the works transport “weather experienced through the skin” into a state of manifestation through painting. The marks of spraying, which cluster around the edges of canvases in various geometric shapes, begin radiating and dispersing into dense particles toward the center of the canvas. Shifting away from their conventional place at the center, they seem to be scattered from somewhere outside the canvas, where they randomly make their way inside. The image transports the multitude of colored particles into a more lucid and visual pictorial experience. The state of the weather, the different lives experienced in connection with it, and all the different flows of invisible substances pass through the painter’s body to achieve synesthetic form in a vast variety of colors. These are stored as a kind of daily record in the library that is the Weather Painting series. As the perceptions of the weather rest in layers against a large rack, they represent the weather from day to day while also breaking free from the temporal frame of “yesterday” and “today” to weave a pictorial narrative from the weather’s continuous changes.

In the case of Summer Stage/Winter Cave (2013–15), the artist fills the walls of a vast 26-meter space, presenting an installation that displays all the different marks left behind on her studio floor. The work juxtaposes the traces left by her work, all the movements and emotions that transpired in a canvas-lined setting over a long period of two years, and the spaces outside of her Weather Painting series. It is an accumulation of times, spaces, and changes at a large scale that encompasses all of these. From this, we can see how Fay Shin’s work closely knits together what lies inside and outside the painting, positing a vast spectrum that combines the spatial installation with things like intuitive judgments about placement. In other words, her paintings incorporate the variables of “environment” and “phenomena,” including the human element. In the process, she tends not only to regard her own human body as a channel for perceiving the environment and phenomena but also to absorb and materialize it through the openness of painting as a material realm. Her approach is one not only of revealing the invisible forms of the world that can be experienced through painting, but also of externalizing her keen interest in the manifestation of latent reality beyond the realm of human perception.

From her Weather Painting works, Shin would move on to the Sun Drawing series (2016), which represents season changes through a sort of pictorial photogram approach. In particular, the works Sun Drawing (color study) and Sun Drawing (after life) were created with the traces of objects left behind as “found objects” abandoned on the city’s periphery were placed on cotton fabric and left outdoors over time to fade in the sun. Here, it is light that enables the objects’ visualization and introduces colors. Colors are not fixed, changing constantly with the natural light and other phenomena. Artificial objects are no exception to this: even the weave of fabrics is assigned color that transforms with the light. In Shin’s hands, color as phenomenon and color as manifestation become something “after life,” transforming into paintings that incorporate pictorial and chemical phenomena of nature. This is valid for the traces manifested as Sun Drawing (windows) reacts with light from the windows, and for the “window” itself as a visual reality. The result demands a new, ecological perception of the historical metaphor of the painting, much like Duchamp’s concept of the ready-made as a “found object.”

In taking the aesthetic of the object—art as an artificial product—and transporting it into a material realm, Shin approaches a deterritorialization that moves beyond the constraints of aesthetic intention. In the process, her work alludes to the presence of inhalations through which our senses perceive the world, as well as a transparent world that can be responded to in material terms through painting. The body expands into the world, while the world solidifies into the body and is bound by the painting medium. This sort of experiment becomes possible when the body, the painting, and the world are posited as things with equal value at a simultaneous level. It is achieved when the artist steps outside of conventional painting tools and approaches the different aspects of the canvas (the frame and fabric) and the colors and shapes as material opportunities, turning them into conditions that are capable of interacting with anything and everything. The forward motion achieved as the physical flows of time and space merge with those of the painting becomes the direction of the force within Shin’s paintings.

3.
With the artist already perceiving transparent movements of air and weather as a central element of her painting work, she would further solidify the concepts of “water” and “flows” through her experience in 2007 staying by the Hongcheon River. Shin explains that the water was something that “existed like the blood vessels of Hongcheon, varying its form with the topography”; she describes it as “feeling like something washing over viscera.” Viewing the flows of water in nature in terms of her own body’s response to it, she appears to have newly discovered the spiritual and natural presence within the realm of the “inured” body—a body that is no exception to conventional frames and orders, being unaware of what is happening within it at any time. Like the endless movements of nature, the constantly renewed encounter between the self and the world became a central pillar of her painting, which she regarded as an interaction with water as the original state of life.

Shin’s Water and Steel series (2017), which was created around this time, consists of double-sided watercolor images representing flows of color that respond beautifully to metal frames that assume similar sizes to the human body. In this work, she uses a language of blending and absorbing to represent states in which substances gaze upon and connect with one another. This combines with a painting approach in which the assimilation of the experiencer pervades the work in a boundaryless way, progressing beyond the concrete materials of art and into the physical properties of nature. In the Hard-Boiled Tea series (2017–18), the images presented on the canvas frames are not watercolors but collages of fabric scraps that have been boiled in water with black and green tea, turmeric, and other ingredients. This series shows a key formal vocabulary in Shin’s work, with elements (fabric, dye, stitching, and collage) that are somewhat distant from the conventional materials of art. This is a setting where her paintings layer traces of natural causality, and they may also be seen as an actualization of her approach of connecting with the capabilities of the painting genre as a realm of autonomy and a realm of the world. As the body’s warmth is conveyed through the warmth of tea, traditional stitching is used to arrange colors extracted from various plants and the small pieces of fabric that contain them. The work becomes an indicator that proposes and achieves an interaction with nature, while preserving the formal autonomy and particularity of the painting medium.

In Colors You Can Eat and Sweat (2018), an installation of dyed silk fabric appears without a canvas frame. Through the curtain wall time, it proceeds into a spatial approach to and experience of painting, presenting a pictorial expansion of fabric and coloring that would lead eventually to the 2022 works Seawater and Lymphatic Fluid, Leaning on Transparency and State of Mulberry, Clorox, and Acrylics. The fabric here is dyed with materials that include natural and artificial pigments, plants, berries, milk, ion drinks, vinegar, and ink. As the liquid is reduced into color, the fabric becomes a vibrant space within the gravitational force of the soft fibers. Fabric is more than simply a frame for conventional pictorial experiences: by its nature, it is something that hangs, folds, and spreads, overwhelming the senses. Clearing away binary oppositions—front/back, inside/outside, canvas/frame, paint/surface—it brings about a simultaneity of material/object, vision/touch, and time/space. In the process, aspects of the painting experience are transposed with a realm of material harmonies and transformations, driving the merging and extracting that occurs between seemingly unrelated things. In her approach of distilling this into painting, Shin shows the workings of equivalent forces among presences conveyed through their own material media.

Referencing Spinoza’s concept of the “conatus,” Jane Bennett observes that “every nonhuman body shares with every human body a conative nature.” The operations that arise through mutual transformations with the forces inherent to each material are an exploration of painting as a place of correspondence, where all beings sustain themselves through one another. Fay Shin’s work presumes equivalence between the painting and the body as media. In other words, she transports things perceived through her body into pictorial sensations and into a cyclical structure in which those things are conveyed in turn to the painting’s viewer. As Bennett explains, this cyclical connection is a relationship sustained between the conatus’s habitual predisposition to self-preservation and the special modes that exist among different parts. In this case, being a “mode” means “to form alliances and enter assemblages: it is to mod(e)ify and be modified by others.” It is in this sense that material and the changes it propels are experienced through one’s body. Shin’s attempts to use painting as a vessel to capture the preservation and dissimilation of properties through the phases of liquid, solid, and gas result in works that are about the perpetuation of the world made possible through changes in modes. This is achieved through the expansiveness and openness of a methodology grounded in the equivalence of the body and the painting.

4.
In 2019, Fay Shin adopted a new key material in the form of clothing and discarded fabric from textile factories. Her work configured the shapes of outfits created for different functions and situations, including uniforms, suits, and denim garments. In Marshall McLuhan’s terms, clothing is an object that exists as both an extension of our body and a preservation of it. At the same time, the production of fabric and clothing is an act of labor, which takes on an aspect of exceedingly social encoding. As the product of labor-intensive activities and a cultural outcome, clothing becomes a powerfully metonymic representation of the human body. To deconstruct this semiotic bond and transform it into a pictorial device becomes a kind of violation of the aspects inherent to the meaning of clothing, in terms of the body, culture, and times; it evokes a certain concept. An example of this is Front and Back Side of the Planet: Motility, Ion, Wave (2019), which combines silk fabric colored with various dyes and pieces of different garments, including sleeves and legs. Combining with the dyed silk of the curtain wall that bisects the gallery space, it consists of clothing scraps layered to create something like a hole or tunnel, connecting into clothing as a totality that is unpredictable and indivisible into “part” and “whole.” It is an attempt to use aesthetic arrangement to “dis-encode” the conditions through which machine-made products combine with the human body. Exhibiting a dynamic quality corresponding to all bodies, without borders, it approaches a world that is shared by all. The installation work Seawater and Lymphatic Fluid, Leaning on Transparency (2022) was inspired by the perceived similarity between the components of seawater and human lymph. Here, the pursuit of dispositional integration of the body and world is a representation of the flexible linkages between clothing and the body, and between substance and other. In this sense, we can see how Shin posits the body as a homogeneous, continuous shared realm that constitutes both the self and the world.

A common concept in Fay Shin’s body of work is the sort of interaction among “things” discussed by Steven Shaviro in the contexts of Heidegger, Whitehead, and Harman—in other words, concrescence, which is assigned within a comprehensive system without privilege. Even before the neo-materialistic examinations that proliferated in the COVID-19 pandemic’s wake were perceived as a key horizon in Korean art, Fay Shin was already exhibiting a horizontal perception of the environment, the body, and substance in her work. Pictorial operations that concern the primordial relationship between the body and weather, air, the atmosphere, and water are essentially a manifestation of a keen, transparent vitality, where the work consists of coloring and space, the body and clothing, traces and combinations—all layered as a formal methodology. They represent a means of visualizing the natural melodies of water itself, and by minimizing the aspects of the artist’s control and choice and maximizing the inclusiveness of painting, they take on elements of chance and harmony.

Fabric and dyeing are key extensions for Shin. Fabric is a material that can be colored and crumpled, moistened and condensed as it absorbs moisture. It can be dried in the sun, cut, stitched, worn, thrown over things, or stretched and spread out. It can provide the canvas for a painting, it can exist tautly as a surface or be torn, layered, and formed into masses. The many properties of textiles are put to as diverse a range of uses as the formal languages that Fay Shin commands. Dyes are water, color, and plants; they are paints, and they flow and permeate. As the fabric is placed in water with the dyes, it absorbs the colors, which manifest in unpredictable patterns when the fabric is spread out in the sun. It is a dramatic process in which the barren landscape of the fabric transforms into something like a vast forest—and what makes all of this possible is water. In Fay Shin’s paintings, the process of dyeing is like a magical map revealing the relationships of the characteristics of individual materials. In terms of the role and intention here, it is perhaps best to quote the artist’s own words:

I think my biggest wish is that the viewer can sense an exaltation of presence by awakening to the current moment through my work. This orientation has something to do with my great interest in things like spiritual cultivation. In yoga and meditation, there is an emphasis on letting go of the self and remaining in the present, concentrating on the body’s senses, and the connections (dharma of dependent origination) with all other beings beyond the self. This is definitely a great influence on the creation of my paintings/installations. I see a connection between the internal expansion of the artist as subject and the act of pursuing expansiveness in painting.

All life originates from a “self-catalyzing process”—what Whitehead described as “self-enjoyment.” Shaviro observes that the absolute self-affirmation of life originates from a complex process of privatizing the multiple conditions provided as related to nature’s physical processes, which leads the self outside whether we like it or not. Self-enjoyment and interest transcend the senses and expand into cosmic involvement, which represents interest, transformation, and a time of life that is forever directed toward another place.

What Fay Shin presents through her exhibition Lympha Lympha! is a tumult that arises in between interest and enjoyment of the freedom of substance that can be experienced within a vast space made up of dyed fabric. Bearing the same magical sense as a galaxy observed through a space telescope, it is a space that sprawls out, pervaded by the flows of countless particles. Transported into the painting’s center is the concept of water as something capable of combining the small-scale with unattainable vastness. The choice of the Latin word lympha (meaning “water”) for the exhibition’s title similarly alludes to painting as both the components of the exhibition and spaces as media connecting “living moments,” where water can exist as the source of all life. With The Clarity Reached after Resistance (2022), About the Cold and the Dry, the Hot and the Wet (2023), and The Boundaries of Tranquility (2022), the transformation of water into painting softly addresses our bodies like an infinite, endlessly intersecting organism, as it draws painting into the dynamic breaths of fibers and colors as substance.

Poem, Poison, and Metamorphosis (2022–23) is a small shelter designed so that viewers can go inside and immerse themselves in their own contemplation. It is a place where the pictorial air of fabric dyed through condensation and expansion combines with the “air within us” and and the air of the ever-changing visual realm that reflects us in layers. Inside it, we encounter moments that are quiet and solemn. This is not the result of the artist pursuing some aesthetic state based on her own norms and intentions; it is an appreciation of the course of the world’s mutuality and totality that appears when the framework of norms is removed and hardened intentions are stripped away. In that sense, Fay Shin’s work relates to a pictorial ability to cut across realms of substance, subjectivity, and autonomy. Just as there is no substance that exists for humans alone, there is no substance that exists purely for paintings. It is a matter of using the interactions of the painting realm to constantly seek out the causal collections amid the horizontal relations of all beings—embracing natural utterances through painting’s structural force.